첫사랑은 금목서의 향

 

*샤이닝 라이브 이벤트 "Colorful Drama Series -꽃집 Little Box-" AU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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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문에 달린 작은 종이 딸랑거리며 나를 반기고, 그 잔음이 파장이 되어 산세베리아 잎을 흔들 무렵 카운터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어서오세요, 오늘은 어떤 꽃을 찾으러 오셨나요? …또 왔군. 사장님은 출장 중이다.”

나를 보자 사근사근했던 말투가 바뀌는 백금발의 점원을 흘끗 지나치고 반대쪽 벽을 향해 걸어갔다. 한쪽에는 화분이 늘어선 하얀 선반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벽걸이 식물들이 걸린 철망이 있다. 오후 두 시의 햇살이 창문을 넘어 여기까지 와닿으면 녹색 이파리들은 황금빛을 머금고 내게 더 가까이 오라며 살랑살랑 손짓한다. 그 앞에 멈추어 서자 발에 채이는 것이 있었다. 그가 애용하는 하늘색 물뿌리개였다.

‘애정을 쏟을수록 꽃은 아름다워지는 법이야.’

여느때처럼 그것을 두 손으로 들고 화분에 물을 주던 그가 지나가는 이야기처럼 했던 한 마디가 새삼 떠올랐다.

그렇다면 이 벽에는, 이 가게 안에는 온통 당신의 사랑이 흘러넘치고 있겠네요.

그때 미처 입 밖으로 내지 못한 말을 다시금 떠올리면서 눈을 감았다. 그의 애정으로, 사랑으로 이루어진 공간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고 바란다. 그의 둥그런 눈매를 닮아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튤립과 그의 웃는 얼굴처럼 따스하게 만개한 메리골드 한 바구니. 벽을 따라 자라서 꽃을 아래로 늘어뜨리는 엔젤 트럼펫은 그의 가벼운 발걸음처럼 한들거린다. 창가에는 ‘이건 파는 건 아니고 내가 키우는 아이인데, 어제 예쁜 꽃이 피었어.’ 라며 자랑하던 손바닥만한 매화 분재가 놓여있다.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는 화원의 주인인 양 서있다보면 금방이라도 문을 열어젖히고 활기찬 인사가 들려오지나 않을까, 실은 몰래 살금살금 다가와서 등 뒤에 서있는 것은 아닐까 상상하는 동안, 발끝에서부터 온몸으로 간질거리는 느낌이 퍼져나간다. 그 순간 살짝 열려있는 창문 틈으로 불어오는 가을 바람을 타고 훅 퍼지는, 금목서 향기. 황홀한 달콤함을 더 맛보고 싶어 붙잡으려 들면 금빛 향은 금방 먼 발치로 사라져버린다. 그런 점이 그를 꼭 닮았다.

천천히 눈을 떴다. 아직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몸을 휙 돌려서 카운터 옆에 놓인 의자로 향한다. 그가 나를 위해 마련해준 자리이다. 의자에 등을 기대고 옆으로 고개를 돌리면 포장재를 정리하는 점원의 옆모습이 보였다. 이 남자의 일은 사장이 가게를 비워도 자리를 지키는 것. 그 말인즉슨, 이 남자는 온종일 이 공간을 떠나지 않는다는 것. 나는 무심코 떠오른 말을 내뱉고 말았다.

“부럽네, 당신.”
“……? 나를 말하는 건가?”
“그래. …나도 아르바이트나 할까…”
“이런, 이번 콩쿨은 포기하는 건가?”
“아니거든.”

카운터에 수북히 놓인 손질된 장미의 가지를 괜시리 손끝으로 만지작거리면서 시계를 올려다보았다. 곧 그가 돌아올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