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메님 레이즈루 AU 타로

적당적당히 만든 설정이라 고증은 0에 가깝습니다... 중국풍 가상 제국을 바탕으로 하는 무언가의 AU. 아래는 정리용으로 급조한 글이라서 가볍게 읽으시면 되고, 본편은 구분선 이후의 내용입니다.

 

 

 

BGM: https://youtu.be/B61nm9OHt5A

 

날 때부터 몸이 약했던 젊은 황제는 황후를 먼저 떠나보낸 뒤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 요절하고 말았다. 남겨진 그들의 아이는 겨우 여섯 살이었다. 그렇다고 정통 후계자가 멀쩡히 살아있는데 다른 이를 황위에 올릴 수도 없는 일이라서, 결국 어린 황녀가 황제의 자리에 오르고 그가 다 클 때까지는 선황이 총애하던 후궁이 수렴청정을 하게 되었다.

 

즉위식 날, 바닥에 질질 끌리는 어린 황제의 옷자락을 보고 몰래 키득거리던 궁녀 두 명은 쥐도 새도 모르게 궁에서 모습을 감췄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태양 아래에서 열 몇 겹의 황금옷을 갖춰 입고 높디높은 관을 쓴 어린 황제는 옥좌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모두가 그 모습을 보고 의젓한 황제의 재목이라고 칭송하였다.

 

수렴청정을 하게 된 후궁이 선황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은 어린 황제와 비슷한 또래였다. 드넓은 궁 안에서 말동무가 서로밖에 없었던 두 아이는 종종 후원에서 함께 뛰어놀기도 하였다. 하지만 황녀가 황제가 된 후로는 자연스럽게 만나는 일이 줄었고, 두 아이가 십 대가 되었을 무렵에는 서로의 얼굴조차 기억에서 흐릿해졌다.

후궁은 본디 커다란 야망을 품었거나 욕심이 많은 이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의 아들이 이 제국의 꼭대기에 설 방도가 훤히 보이는데도 손을 뻗지 않을 만큼 겁이 많은 이도 아니었다. 어린 황제는 제 부모를 닮아 잔병치레가 잦았다. 

 

황제가 열 여섯이 되던 해 겨울이었다. 그가 하얀 손에 처음으로 묻힌 피는 제 또래아이의 것이었다. 눈밭에 파묻힌 아이는 차게 식어갔고, 그 어미는 산발이 되어 통곡했다. 황제는 모피 외투에 얼굴을 묻고 이만 돌아가자고 말했다. 어미에게서 어린 새끼를 빼앗고 피를 뚝뚝 흘리며 자기 둥지로 돌아가는 꼴이 저기 설원의 금수나 다름없다고, 황제는 조용히 자조했다.

 

 

지혜로운 황제는 이제 열 여덟이 되었다. 그동안 백성들은 그를 칭송하였고 대신들은 그를 두려워하였으니, 이만한 성군이 또 있었을까?

 

 

혼인은 아직 이르지만 후궁을 들이면 왕권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재상의 조언은 일리가 있었다. 그리하여 황제는 지방 호족들에게 아들을 후궁으로 보내고자 하는 이가 있다면 팔월의 마지막 날까지 황궁으로 들이라는 명을 내렸다. 외동과 첫째까지만 허한다는 문장을 덧붙여서.

 

온종일 바삐 일하는 황제라고 해도, 살아남기 위해 마음을 꾹 눌러 죽여버린 황제라고 해도 아름다움을 느끼는 감각만은 남아있었다. 그는 시간이 날 때 후원의 정자에 앉아서 나뭇잎을 흔드는 바람을 느끼는 것을 좋아했으며, 찻잔의 수면에 일렁이는 파도에 입 맞추기를 즐겼고, 바위틈에 피어난 하얀 꽃을 사랑했다.

그래서 이미 입궁이 정해진 권세가의 아들들 외에도, 아름다운 이를 몇 뽑아 곁에 두려 했던 게 그리 어려운 바람이었던가?

생김새가 볼만하면 걸음걸이에 품위가 부족하다. 행동거지가 바르면 외모가 수수하다. 되풀이되는 이 법칙에 지쳐 황제의 얼굴이 갈수록 어두워지는 걸 재상은 눈치챘다.

 

그 순간, 한 청년이 호명되어 앞으로 걸어 나왔다.

 

너무 가볍지도, 너무 힘차지도 않은 걸음으로 황제의 앞에 도달한 청년이 무릎을 꿇고 앉았다. 푸른 옷자락이 그의 움직임에 따라 바스락거렸다.

 

"황제 폐하를 뵈옵니다."

 

오늘 하루 동안 황제 폐하 앞에 선 수많은 청년 중에서 목소리가 떨리지도 어조가 흐트러지지도 않은 이는 그가 유일했다.

청년은 인사를 올리며 줄곧 내리깔고 있던 시선을 대담하게도 슬쩍 들어 올려 황제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걸음걸이 만큼이나 단정하고 수려한 얼굴이었다.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던 척 시침을 떼며 다시 눈을 내리깔고 다소곳하게 무릎을 꿇고 자리에 앉는 청년을 보며, 황제는 몰래 헛웃음쳤다.

재상에게 귓속말을 하고 청년을 돌려보낸 뒤, 황제는 목록에서 그의 이름을 찾아 입안에서 발음해보았다. 코토부키, 레이지. 나쁘지 않은 울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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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빛 님 제작 스프레드

이 타로는 위의 스프레드를 활용하였으며, 카드의 해석은 책 『78장의 타로카드로 점치는 가장 친절한 타로』를 참고했습니다.

 

1. 황제 아오바 치즈루는 어떤 사람?
 : 이미 기본적인 설정이 되어있기 때문에, 이는 코토부키 레이지를 처음 봤을 때의 아오바 치즈루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치즈루는 레이지라는 인물을 찾아서 매우, 매우, 매우 만족하고 있어요. 평소보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져 있으며, 이미 레이지를 콕 집은 상태라 어떻게 해서든 그를 후궁으로 들이겠다고 하네요. 그런데 뭐라고 해야 할까요…. 이성적으로 마음에 든다기보다,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 같아요. 열중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하여 정신적으로 충만한 상태입니다.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 이 표현이 진짜로 딱 맞아서 좋아요... 가벼운 흥미에서 시작된 황제의 변덕이 커다란 나비효과를 가져오는 관계를 상정하고 설정을 짰기 때문에ㅜ

 

2. 후궁 코토부키 레이지는 어떤 사람?
 : 이 또한 황궁에서 아오바 치즈루를 처음 봤을 때의 코토부키 레이지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혹시 레이지가 황궁 밖에서 무언가 다른 일이 있던 걸까요? 그는 만족되지 않는 공허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정점을 지나 제 손에 넣은 것이 대단한 것이 아님을 깨닫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싶어 해요. 현 상황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하기 위해 이곳(황궁)에 온 것 같습니다.

 

사실 레이지 설정은 카드가 짜주겠지ㅎ 하고 따로 생각해두지 않았는데 이것도 정말 마음에 들어요 공허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 선택한 행선지가 황궁이라니 온순한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야망이 큰 레이지가 정말 좋아

 

3. 코토부키 레이지가 황제 아오바 치즈루에게 보내진 이유
 : 레이지의 가문은 꽤 여유로운 것 같네요? 그들은 ‘아들을 후궁으로 보내고자 하는 이가 있다면 황궁으로 들이라’라는 황제의 명에 적절하게 대응하고자 했어요. 머리와 주판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네요. 결국엔 아들을 후궁으로 보내면 황제에게 연줄을 댈 수 있으니, 집안에서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라고 판단했나 봐요.

 

각자의 목표를 가지고 이해관계가 일치해서 시작된 관계! 계약결혼 로맨스 최고!

 

4. 황제 아오바 치즈루가 코토부키 레이지를 후궁으로 들인 이유
 : 치즈루는 살아남기 위해서 마음을 꾹 눌러 죽여 버렸잖아요. 그런데…. 이따금 걱정도, 적도, 짊어진 무게도 없이 후원에서 또래 아이와 뛰놀았던 그 시절이 그리웠던 것 같아요.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나고, 죽여 버렸던 순수함이 마음속에 떠오를 때면 무언가 소중한 것을 잊고 있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 거예요. 이때, 코토부키 레이지를 보자 이 사람이 내게 순수했던 그 마음을 다시 가져와 소중한 것을 찾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대요.

 

하... 저 사실 이것도... 치즈루가 레이지를 보면서 어린 시절의 유일한 위안이었던 또래 아이를 떠올린다는 뒷설정이 있었는데... 안 알려줬거든요 근데 맞춰버리심 천재리더 키메킴

 

5-6. 황제 아오바 치즈루가 후궁 코토부키 레이지에게 느끼는 감정
초반
 : 우선 치즈루가 레이지를 후궁으로 들이고 얻은 감정은 그를 손에 넣었다는 안도감과 만족감, 그리고 이 사람을 ‘어떻게 해서든’ 계속 내 곁에 두겠다는 마음이래요. 레이지가 매우 마음에 들었을 뿐만 아니라 본 의도대로 그의 가문, 혹은 그(레이지) 덕에 왕권 강화를 이뤘거든요.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마음에 드는 곳만 가득한데 곁에 두고 싶지 않을 리가 없죠.

 

아!!! 소유욕 많은 연하 세미광공 황제 치즈루 너무 맘에 들어 어떡해!!!!

 

후반
 : 치즈루는 결국 정치적 부분에서만이 아니라, 진심으로 후궁 코토부키 레이지를 사랑하게 됐어요. 기쁜 일이나 축하할 일이 있으면 가장 먼저 그와 나누고 싶고, 레이지와 즐겁게 이야기하는 걸 즐겨요. 그와 함께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편안하며 밝아진대요.

 

 햇살수에게 멸균소독당하는 것마저 완벽한 광공이라서 웃겨요 너무좋아

 

7-8. 후궁 코토부키 레이지가 황제 아오바 치즈루에게 느끼는 감정
초반
 : 치즈루가 자신을 골랐다는 소식을 듣고 만족해요.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면(2번 참조) 후궁 자리이길 바랐고, ‘뭐, 후궁 정도면 괜찮지.’라는 여유를 갖고 있네요. 사실 간택을 은근히… 아니 꽤나 바라고 있었는데, 이 정도 여유를 갖고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에요. 아오바 치즈루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요? 글쎄요. 레이지가 치즈루를 좋아하는 마음이 있긴 했지만, 아직은 그저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서 곁에 있는 거로 보여요.

 

ㅎㅏ... 여유롭다니... 너므좋아요 명랑하지만 햇살수는 아닌 만만치 않은 남자

 

 

***여기부터 개판주의!!!!*** (제가 붙인 게 아니라 키메님이 써주셨어요ㅋㅋㅋㅋㅋㅠㅠ.....)

 

후반
 : 여기서부터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레이지는 점점 자신을 한심하게 느끼게 돼요. 그의 능력으로 황제인 치즈루의 일을 도우면서 후궁이라는 자리의 한계를 느끼고 의욕을 잃어가죠. 무언가 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자신은 후궁일 뿐인 거예요. 그러니 점점 치즈루와 협력도 잘되지 않고, 결국 잘못된 해석으로 그녀와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기며 오해가 쌓여 헤어 나오지 못할 수준이 돼요.

 

이거 진짜 코토부키 레이지가 할 법한 삽질이라 맘에 들고... 키메님 캐해도 리딩도 신통한데... 후궁이라는 위치에 좌절하는 부분이 엄청 키링남 같아서 좋다는 얘기 좀 해도 되나요 죄송합니다 근데 좋아서 그만... 본 세계에서는 치즈루가 꽁꽁 사로잡힌 레이지홀릭이니까 평행세계에서라도 우위에 있는 구도도 보고 싶었는데 정말 좋아요...

 

9. 두 사람의 결말은?
 : 두 사람의 충돌이 잦아집니다. 서로의 방식을 밀어붙이며 계속해서 엇갈리면서 섞이지 못하는데 정작 대화는 부족한 데다, 두 사람이 너무 오래 붙어있던 탓인지 ‘말하지 않아도 알아줄 것’이라는 착각으로 상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요. 하지만 치즈루는 레이지를 사랑하잖아요. 결국, 그녀는 점점 흐트러지는 생활과 컨디션 난조, 그리고 레이지에게 매우 집착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가 누군가와 만나기라도 하면 큰 거부반응을 보이면서요.

 

 ㅠ......ㅠㅜㅠㅠㅠㅠㅜㅜㅠㅜ........ 얘들아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내가 괜히 나락까지 가는 게 보고 싶다고 해가지고는.... 근데... 진짜 너무 레이즈루다운 파국이라 너무 좋아요 아ㅋㅋㅋㅋㅠㅜㅠㅜㅜㅠㅠㅠ......

'왜 네가 날 이해 못 하지? 다른 모든 이가 몰라줘도 너만은 날 이해하고 사랑해야지? 내가 이렇게나 너를 사랑하고 있는데?' 라는 눈빛으로 레이지를 바라보는 치즈루와 망연자실한 레이지의 얼굴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추가 카드. 이보다 더 먼 결말이 있다면?
 : …일이 나고야 말았네요. 레이지가 궁에 들어오기 전 했던 일이 밝혀지며(대체 뭘까요….) 궁 안의 모든 사람이 그를 궁 밖으로 내쫓아야 한다고 말하고, 심지어 레이지 본인도 그러기를 바라는데(이는 그 행동 때문이 아니라, 이를 핑계로 더 이상의 치즈루와의 충돌을 피하려 한 거예요.) 치즈루는 절대 그를 놓을 생각이 없습니다. 레이지를 ‘어떻게 해서든’ 계속 제 곁에 두려고 해요. 그렇다면 어떻게 했을까요? 네, 치즈루는 결국 레이지를 속박합니다. 절대 자신의 곁을 떠날 수 없도록. (이게 물리적으로인지, 심리적으로인지는….)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조치, 삐뚤어져 버린 황제. 치즈루 자신도 양심에 가책을 느끼고 눈물 흘리지만, 이미 관계의 균형은 무너져버렸습니다.

 

.........코토부키 레이지 발목은 무사한가요? 이걸 물어봤어야 하는데 (저기요)

레이지가 궁에 들어오기 전에 뭔가 과거가 있다는 게 참.... 좋네요.... 늪같은 남자.... 여기서도 호락호락하게 키링남이 되어줄 생각은 없다 이거지.... 그러면서도 자기가 물러남으로써 일을 해결하려 한다는 거 너무 그... 뭔지 아시죠. 예. (급하게 생략)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랑에 눈먼 연하황제광공 아오바 치즈루라니 이게 무슨..... 헤테로드림커플을 자꾸만 1차비엘 도식으로 설명해서 죄송한데요 너무 딱 맞아서 어쩔 수가 없었어요ㅋㅋㅋㅋㅠㅠㅠㅠㅠㅜㅜㅠ.......

 

+그리고... "어디를 가려 하느냐. 너는 내 것이다. 너는 내 것이야!!!" 하면서 광기 어린 눈으로 후궁을 붙잡고 흔드는 황제가 보이더라고요 네

 

ㅇㅣ것봐 광공 맞잖아............

 

 

마무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늘 고민이에요... 받은 당일에 올렸던 제 트윗이라도 붙여둡니다

 

맛집인데 집이 무너지고 맛만 남은 키메타로! 아쉽게도 열려있지 않습니다 저만 들어가겠습니다 죄송합니다!